• 2025. 4. 15.

    by. wbcheon

    서론

     

    내게 체중계는 늘 피하고 싶은 존재였다. 숫자 하나에 하루 기분이 좌우되고 체중이 늘었다는 사실 하나에 모든 노력이 무의미하게 느껴질 것처럼 보였다. 그래서 피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피할수록 두려움은 커졌고, 나 자신에 대한 객관성을 잃어갔다.

     

    그러다 문득 이렇게 생각하게 되었다. "오히려 매일 올라가면 익숙해지고 덜 흔들리지 않을까?" 그 생각으로 시작된 ‘체중계 매일 올라가기’ 루틴이다. 처음엔 숫자에 감정이 크게 출렁였지만 어느새 일주일이 지나면서 신기한 변화가 찾아왔다. 숫자를 ‘나의 평가’가 아닌 ‘하루의 데이터’로 받아들이게 된 것이다.

     

    1. 처음 3일, 숫자가 주는 감정 폭탄

     

    루틴 첫날 체중계에 올라서자마자 머리가 복잡해졌다. “어제보다 늘었네… 뭐가 문제였지?” 작은 수치 변화 하나에 자책이 시작됐다. 그동안 피했던 이유가 명확했다.

     

    숫자는 ‘결과’로 보였고 그 결과에 스스로를 묶었다. 하지만 2~3일 차부터 깨닫기 시작했다. 체중은 하루에도 쉽게 변한다. 수분, 식사 시간, 전날의 염분 섭취까지 영향을 미친다. 결국 숫자는 ‘지표’ 일뿐, 나의 가치나 변화의 전부가 아니었다.

     

    2. 숫자에 익숙해지는 과정

     

    매일 체중을 기록하면서 내 감정도 달라졌다. 이전 같으면 조금만 늘어도 우울했지만 이젠 그 숫자를 패턴으로 보기 시작했다. 주말이 지나면 늘고 월요일부터 다시 줄어드는 흐름과 생리 주기, 운동량, 수면 상태와의 연관성도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체중은 내가 몸을 어떻게 관리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거울 보다 내 생활을 관찰하는 창문처럼 느껴졌다. 숫자에 의미를 부여하는 방식이 달라지자 감정은 더 이상 요동치지 않았다.

     

    3. 숫자보다 중요한 건 ‘패턴’

     

    체중계에 매일 올라간다는 건 내 몸과 대화하는 루틴이었다. 오늘은 왜 늘었지? 어제 늦게 먹었나? 오늘 더 가볍네? 그럼 어떤 루틴이 효과가 있었던 걸까?

     

    단순한 숫자에 일희일비하는 대신 생활 전체를 되돌아보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 그 과정에서 내가 실제로 어떤 식습관을 유지하고 있으며 무엇이 나를 흔드는지를 알 수 있었다. 체중은 단순한 지표가 아니라 루틴을 피드백해 주는 데이터로 자리 잡았다.

     

    4. 자존감 회복과 루틴의 힘

     

    가장 큰 변화는 스스로에 대한 신뢰감이었다. 이전엔 무게가 늘면 ‘나는 안 돼’라고 좌절감을 느꼈지만 매일 기록하며 보니 숫자는 변해도 나는 꾸준히 실천하고 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루틴은 결과가 아니라 과정의 힘이다. 매일 몸을 점검하는 이 실천은 나를 버티게 만든 루틴이었다. 숫자가 아니라 나의 행동을 바라보는 시선으로 바뀌었고 그게 자존감을 지켜주는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되었다.

     

    5. 더 이상 두렵지 않은 체중계

     

    지금도 체중은 오르락내리락 하지만 이제는 무섭지 않다. 나의 루틴, 감정, 식습관을 반영한 지표일 뿐이다. 그리고 이 데이터는 나에게 방향을 준다. 체중계는 이제 스스로를 괴롭히는 도구가 아니라 나를 이해하는 도구가 되었다. 피할수록 두려워졌던 숫자가 매일 마주할수록 나와 가까워졌다. 이 루틴은 숫자에 흔들리지 않고 나를 기준으로 삼는 연습이었다.

     

    결론

     

    체중계는 더 이상 ‘결과 발표’의 무대가 아니었다. 그것은 나를 이해하고, 루틴을 점검하며 일상의 흐름을 조정하는 작은 관찰 도구였다.

     

    매일 올라간다는 단순한 행동이 내 감정, 자존감, 루틴 설계까지 바꿔놓을 줄은 몰랐다. 숫자에 감정이 흔들렸던 당신이라면 오히려 매일 올라가는 루틴을 만들어보길 권한다. 마주하는 연습이 결국 나를 지키는 힘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