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 4. 16.

    by. wbcheon

    서론

     

    가만히 있는 시간이 많아질수록 마음이 더 가라앉는다는 걸 느꼈다. 퇴사 이후 일상이 흐트러지면서 자연스럽게 몸을 덜 움직이게 되었고, 그게 어느 순간 마음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걸 자각했다.

     

    무기력하고, 이유 없이 슬퍼지고, 해야 할 일도 손에 잡히지 않았다. 이런 감정들이 반복되던 중 책에서 ‘가벼운 걷기만으로도 기분이 나아질 수 있다’는 글을 읽게 되었다. 전문적인 운동도 아니고, 특별한 장비도 필요 없는 걷기다.

     

    그래서 ‘일주일에 딱 3번, 30분씩만 걸어보자.’는 생각으로 단순한 움직임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걷기는 단순한 신체 활동을 넘어선 감정 회복의 루틴이자 내 하루의 중심을 만들어주는 장치가 되었다. 이 글은 가벼운 걸음이 어떻게 마음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지에 대한 체험기이자 내가 다시 나를 붙잡게 된 작은 시작의 기록이다.

     

    1. 걷는다는 건 움직임보다 마음의 환기였다

     

    처음에는 단지 몸을 밖으로 끌고 나가는 것 자체가 목표였다. 운동효과를 기대한다기보다 방 안의 공기를 벗어나야겠다는 절박한 기분이 컸다. 걷기 첫날은 이어폰 없이 공원을 한 바퀴 천천히 돌았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나처럼 혼자 조용히 걷고 있었고, 그 모습을 보며 이상하게도 안도감이 들었다.

     

    발걸음이 반복될수록 호흡은 자연스럽게 깊어졌고 생각은 선명해졌다. 그날 밤은 오랜만에 비교적 푹 잠들 수 있었다. ‘걷는다’는건 신체를 움직이는 일이 아니라 내 마음속의 답답한 감정을 움직이는 일이기도 하다는 걸 처음 느낀 순간이었다.

     

    2. 루틴이 되자 감정이 정돈되기 시작했다

     

    걷기를 일주일에 세 번으로 정해놓고 실천을 하자 감정이 예측 가능한 패턴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이전에는 감정 기복이 심했고 슬픔이나 무기력이 갑자기 덮쳐와 하루를 망치는 날도 있었지만, 걷는 날은 상대적으로 기분이 안정적이었다.

     

    특히 걷고 돌아오는 길에는 머릿속이 맑아진 느낌에다 ‘아무 일도 안 해도 괜찮다’는 여유로운 감정이 자주 들었다. 걷기가 단순한 활동을 넘어서 감정과 감각을 리셋시키는 스위치가 되어가고 있었다. 운동 효과를 기대한 건 아니었지만 정서적인 변화가 먼저 찾아왔다.

     

    일주일 3번 걷기 루틴 – 우울감이 줄어든 이유

    3. 내 안의 에너지가 회복되기 시작했다

     

    3주째가 되자 걷지 않는 날에도 몸이 움직이고 싶다는 신호를 보냈다. 신기하게도 무기력함보다 ‘살짝 걷고 싶다’는 욕구가 먼저 들기 시작했고, 생각보다 오래 걷게 되는 날도 생겼다. 이는 단순한 신체 회복 보다 의욕의 회복이었다.

     

    잠시 멈춰있던 내가 다시 세상을 향해 손을 뻗기 시작한 느낌이었다. 활동량이 늘어나자 수면도 더 깊어졌고, 하루 루틴의 중심이 걷기 시간으로 자연스럽게 배치되기 시작했다. 우울감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지만 분명 덜 무겁게 느껴졌고, 감정의 회복 속도도 빨라졌다.

     

    4. 걷는 시간이 ‘생각 정리의 시간’이 되다

     

    특별한 목적 없이 천천히 걷다 보면 복잡했던 생각들이 자연스럽게 정리되었다. 정지된 상태에서는 같은 생각이 머릿속을 빙빙 돌았지만 몸이 움직이니 생각도 흐르기 시작했다. 걷는 시간 동안은 마음속 정리함을 하나씩 열고 정돈하는 루틴이 되었고, 혼자 있는 시간이 고독이 아니라 고요함이 되었다.

     

    이어폰 없이 걸으며 주변의 소리를 들을 때는 삶이 훨씬 풍요롭게 느껴졌고, 그 안에서 스스로와 대화하는 방법을 조금씩 배워갔다. 걷는다는 건 단순한 신체 활동이 아닌 마음을 안으로 걸어가는 길이기도 했다.

     

    5. 걷기는 나를 움직이게 하는 가장 작은 시도였다

     

    운동이라기엔 너무 가볍고, 일상이라 하기엔 너무 의도적인 걷기지만 그 사이 어딘가에 걷기의 힘이 있었다. 강도 높은 운동이 아니라도, 매일 성과를 내지 않아도, 걷기라는 루틴 하나가 내 일상을 다시 흐르게 만들었다.

     

    중요한 건 오래 걷는 것도, 멀리 가는 것도 아니었다. ‘내가 나를 위해 걸었다는 감각’이 내 마음을 일으켜 세웠다. 우울감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지만 더 이상 그 안에 갇혀 있지 않았다. 걷는 사람은 정체되지 않으며 나는 다시 흐르기 시작했다.

     

    결론

     

    일주일 3번의 걷기 루틴은 생각보다 큰 변화를 만들어냈다. 몸이 아닌 마음이 먼저 반응했고, 감정이 정리되며 우울감과의 거리도 점점 멀어졌다. 무리한 목표가 아니었기에 꾸준히 이어갈 수 있었고, 그 작은 실천이 결국 내 일상을 다시 흐르게 만드는 시작점이 되었다.

     

    만약 지금 당신도 무기력함이나 우울한 감정에 지쳐 있다면, 거창한 운동이 아니더라도 꼭 가벼운 걷기부터 시작해 보길 바란다.
    작은 걸음 하나가 생각보다 멀리 데려다 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