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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론
아침을 거르고 점심부터 식사를 시작하면 몸이 망가질 거라 생각했다. 늘 ‘아침은 꼭 챙겨야 한다’는 고정관념 속에 살았고 공복 시간이 길면 오히려 에너지가 떨어질 거라고 믿어왔다.
하지만 우연히 접한 ‘간헐적 단식 16:8’이라는 개념은 내게 새로운 자극으로 다가왔다. 하루 16시간의 공복과 8시간의 식사 가능 시간은 식사량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몸의 리듬을 재설계하는 방식이라는 설명에 이끌려 시도해 보기로 했다.
그리고 놀랍게도 배고픔이 아닌 집중력, 속도감, 감정 안정이라는 의외의 효과를 경험하게 됐다. 이 글은 ‘굶는 루틴’이 아니라, ‘집중의 루틴’으로서 간헐적 단식을 기록한 이야기다.
1. 아침을 건너뛰는 불안감부터 마주하다
16:8 루틴은 하루를 16시간 공복으로 보내고 8시간 동안 식사하는 구조다. 나의 경우 오전 11시부터 저녁 7시 사이에만 식사를 하고 그 외 시간은 물이나 허브차만 마셨다. 처음엔 아침을 거르는 것이 가장 불안했다. 늘 아침을 먹고 하루를 시작해 온 패턴에서 벗어나자 뇌가 일시적으로 멍해졌고 허기짐도 강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이 감각은 실제 배고픔이라기보단 ‘익숙함이 사라진 불안’에 가까웠다. 3일차부터는 아침 공복에 오히려 머리가 맑아지는 느낌을 받았고 몸이 가벼워지기 시작했다. 불안은 루틴이 되면 사라진다. 몸은 생각보다 금방 적응했다.
2. 집중력의 질이 달라졌다
가장 인상 깊었던 변화는 집중력의 유지 시간이었다. 공복 시간대인 오전 8시부터 11시까지의 집중력이 확연히 높아졌다. 무언가를 먹지 않으면 에너지가 부족할 줄 알았지만 되레 몸이 긴장감을 유지하면서 뇌가 더 선명하게 작동하는 느낌이었다. 특히 복잡한 문서 작성이나 기획, 글쓰기 같은 작업에서 흐름이 더 길게 이어졌다.
이러한 현상을 나중에 관련 자료를 찾아보니 공복 상태일 때 케톤체 대사가 활성화되며 뇌가 더 효율적으로 작동할 수 있다는 설명도 있었다. 단식은 나에게 에너지 절약이 아닌 에너지 전환의 루틴으로 작용하고 있었다.
3. 식욕 조절과 감정 관리가 쉬워졌다
간헐적 단식을 실천하면서 의외의 변화는 감정 변화의 폭이 줄었다는 점이었다. 식사 간격이 짧을 땐 오히려 더 자주 배가 고프고 그에 따라 짜증이나 피로도 느껴졌는데 일정한 공복 루틴을 정착하자 오히려 식욕이 일정해졌고 감정이 차분해졌다.
‘언제 먹을까’를 고민하지 않게 되니 정신적인 여유와 함께 자기 통제에 대한 자존감이 올라갔다. 음식을 억지로 참는 게 아니라 스스로 설계한 리듬을 지킨다는 감각은 생각보다 큰 만족감을 줬다.
4. 체중은 서서히 줄고, 몸이 더 가벼워졌다
갑자기 많이 빠지진 않았지만 체중 변화도 느껴졌다. 2주가 지나면서 체지방이 천천히 줄고 허리둘레가 살짝 줄었다. 하루 총 섭취량을 자연스럽게 제한할 수 있었고 저녁을 일찍 먹는 구조 덕분에 소화도 편안했다.
무엇보다 좋았던 건 아침에 눈을 떴을 때 느껴지는 속이 불편하지 않는 몸의 가벼움이었다. 체중보다 더 먼저 변한 건 컨디션이었다. 간헐적 단식은 다이어트보다는 몸의 리듬을 회복하고, 불필요한 간식을 줄이는 생활 루틴에 더 가까웠다.
5. 내가 나를 설계하는 기분이 들었다
하루를 어떻게 구성할지 내가 선택하고 그 흐름을 지켜나가는 감각이 좋았다. 간헐적 단식은 ‘먹지 않는 시간’을 견디는 것이 아닌, 나의 시간과 에너지를 의식적으로 배치하는 루틴이었다. 처음엔 약간의 두려움이 있었지만 루틴이 되는 내 하루가 이전보다 더 또렷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음식이 내 삶의 중심이 되는 게 아니라 내가 그 중심을 설계할 수 있다는 감각이 루틴은 단식이 아니라 집중의 루틴, 그리고 자기 통제의 루틴이었다.
결론
간헐적 단식 16:8은 간단한 식사 시간 조절이 아니고 몸과 뇌의 흐름을 다시 디자인하는 루틴이었다. 배고픔보다는 집중력, 공복보다는 깨어있음이 먼저 찾아왔고 그 변화는 식사 습관뿐만 아니라 내 감정과 생활 리듬까지 바꾸어 놓았다.
음식을 통제하는 것이 아닌 삶을 설계하는 방식으로 단식을 접근한다면 16:8은 ‘참는 루틴’이 아니라 ‘선택하는 루틴’이 될 수 있다. 당신도 나처럼 하루를 다시 구성하고 싶다면 이러한 실험을 한번 시작해 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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