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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론
밤 10시가 넘어가면 습관처럼 허기를 느꼈다. 퇴사 후 하루 종일 활동량이 줄어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이상하게 늦은 밤이면 늘 허기와 함께 ‘뭔가를 먹고 싶다’는 강한 충동이 몰려왔다.
처음엔 별생각 없이 과자 한 줌, 냉장고 속 찬밥 한 숟갈로 시작된 야식이 어느새 습관이 되었고 다음날 아침이면 늘 더부룩한 속과 피로감을 안고 일어났다. 이 루틴이 반복되면서 하루의 에너지는 점점 줄었고 몸은 무거워졌다. 그래서 딱 7일만 야식을 끊어보자고 결심했다. 단순한 식단 조절이 아닌 나의 밤 루틴을 바꾸기 위한 작은 도전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일주일은 생각보다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1. 첫 3일 – 밤이 길고, 입이 심심했다
첫날 밤, 배는 고프지 않은데 무언가 허전했다. 몸이 습관적으로 주방으로 향했고 냉장고를 열어보는 일이 반복됐다. 야식은 배를 채우는 행위라기보다 ‘무언가를 마무리하는 감정적 습관’이었다는 걸 알게 됐다.
입이 심심하고, 머릿속에 계속 음식이 떠오르며 이상하게 허기가 느껴졌다. 이 감각은 실제 배고픔이 아닌 루틴이 바뀌었을 때 생기는 ‘공백의 불안’ 같은 것이었다.
첫 3일간은 이 심리적 허기를 다스리는 게 가장 어려웠다. 그래서 나는 대체 루틴으로 따뜻한 허브차를 마시고, 가벼운 스트레칭을 하거나 책을 읽으며 ‘먹지 않는 밤의 분위기’를 만들어갔다. 포인트는 단순한 참는 것이 아닌 야식 대신 채워줄 루틴을 설정하는 것이었다.
2. 4~5일차 – 아침이 가벼워졌다
신기하게도 4일째부터는 몸이 먼저 반응했다. 전날 밤 야식을 끊었을 뿐인데 아침에 일어났을 때 속이 더부룩하지 않고 훨씬 가볍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전에는 아침 식사를 건너뛰거나 억지로 먹었더라면 이제부터는 공복 상태로 자연스럽게 아침 식욕이 돌아왔고, 식사도 훨씬 맛있게 느껴졌다.
특히 눈이 더 쉽게 떠졌고, 아침 루틴에 들어가기 전부터 몸이 ‘준비된 상태’처럼 반응했다. 야식을 끊으면서 자연스럽게 수면의 질도 향상되었고, 그 효과가 아침의 활력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몸이 바뀌니 생각도 바뀌었고 야식이 불필요한 습관이었다는 걸 몸이 먼저 말해주고 있었다.
3. 6일차 – 체중보다 감정의 변화가 컸다
솔직히 말해서 6일 만에 체중이 극적으로 변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몸이 느끼는 감정은 분명 달라졌다. 야식을 끊은 날들은 ‘스스로를 통제했다’는 자존감이 생겼고, 하루를 정리할 때 “오늘도 해냈다”는 감정이 따랐다.
먹고 나서 느껴지는 죄책감 대신 먹지 않았다는 자부심을 느끼며 하루를 마무리하는 에너지가 되었다. 특히 밤에 무언가를 먹지 않았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다음 날 일과에 임하는 자세까지 달라졌다.
이처럼 습관 하나가 감정의 흐름을 정리했다. 감정이 차분해지고 결정 피로도 줄어들었다. ‘먹을까 말까’ 고민하는 시간이 사라진 것만으로도 큰 해방감을 느꼈다.
4. 7일차 – 나는 더 이상 야식이 필요하지 않았다
일주일이 지나자 ‘야식을 참는다’는 감각이 사라졌다. 더는 무언가를 억지로 참는 게 아니라 정말로 필요성을 느끼지 않았다. 몸이 더 가볍고, 아침이 더 상쾌하다는 보상을 경험하면서 나는 무의식적으로 야식을 잊고 있었다.
그리고 재미있게도 이 경험은 다른 루틴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자기 전 스마트폰 사용 시간을 줄이거나 밤에 감정 소비를 줄이는 등의 연쇄적인 루틴 변화로 이어졌다. 단순히 ‘야식을 끊었다’는 결과 보다 ‘내 하루의 구조를 다시 짰다’는 감각이 더 컸다. 작은 성공이 반복되면 더 큰 루틴도 시작할 수 있다는 믿음이 생겼다.
5. 7일간의 기록이 루틴으로 바뀌다
처음엔 그저 실험처럼 시작한 7일간의 야식 끊기 프로젝트는 나에게 새로운 루틴을 남겼다. 매일 밤 무엇을 먹었는지 적고, 먹지 않은 날에는 어떻게 이겨냈는지 짧게 기록을 남기면서 내 생활을 더 의식적으로 관찰하게 되었다.
이 기록은 단순한 다이어트 일지가 아닌 감정과 루틴, 패턴을 돌아보는 하나의 거울이 되었다. ‘야식을 끊는다’는 단순한 목표에서 시작하여 ‘나를 돌보는 감각’을 회복하는 루틴으로 확장된 것이다. 지금도 나는 밤마다 허브차를 마시며 하루를 정리하는 습관을 유지하고 있고, 그 루틴은 더 이상 ‘결심’이 아니라 ‘내가 편안해지는 방식’이 되었다. 작은 도전이 남긴 루틴은 여전히 나와 함께한다.
결론
야식은 단순한 식습관이 아니고 하루를 마무리하는 감정의 루틴이었다. 그래서 끊는 건 단순한 식단 조절이 아니라 감정을 정리하고 자신을 돌보는 방식의 전환이었다.
나는 7일간의 실천을 통해 몸이 달라지고 감정이 정돈되고, 하루가 구조화되는 경험을 했다. 무엇보다 이 루틴을 통해 스스로에 대한 신뢰감과 더불어 작은 성공 하나가 나를 다시 움직이게 만들었다. 현재의 나는 야식을 억지로 참는 게 아닌 더는 필요로 하지 않게 되었다. 다시 말해서 그건 무언가를 포기한 게 아니라 더 나은 나를 선택한 결과였다. 당신도 지금 밤이 괴롭다면 딱 7일만 도전해 보자. 야식 없는 밤이 생각보다 괜찮다는 걸 몸이 먼저 말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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