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 4. 13.

    by. wbcheon

    서론

     

    아침인지 낮인지 모를 하루가 반복되던 시기가 있었다. 잠든 곳과 일어나는 곳, 쉬는 자리와 일하는 자리가 하나로 섞여버리니 하루의 시작과 끝이 모호해졌다.

     

    침대는 어느새 휴식이 아닌 ‘버티는 공간’이 되었고 그 위에서 핸드폰을 보거나 간식을 먹는 일이 자연스러워졌다. 그렇게 시작된 하루는 언제 시작됐는지조차 모른 채 흘러갔고 저녁이 되어도 뭔가를 해낸 느낌이 들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침대 정리부터 해보세요”라는 말을 듣고 무심코 이불을 개기 시작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 사소한 행동이 하루 전체의 리듬을 바꿔놓기 시작했다. 이불을 정리하는 손끝에서부터 내 하루가 ‘다시 정돈된다’는 감각이 퍼지기 시작했던 것이다.

     

    1. 처음엔 귀찮기만 했다, 딱 3초 만에 미뤘다

     

    처음 침대 정리를 시도했을 때 나는 왜 이걸 미뤄왔는지 깨달았다. 너무 사소하고 귀찮았다. 기지개도 제대로 켜기 전에 무거운 이불을 개고 베개를 정위치에 놓고, 침구를 정돈하는 일이 생각보다 손이 많이 갔다. 무엇보다 ‘누가 보지도 않는데 왜 해야 하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상 내가 평소에도 정리 정돈을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 사람이었다 보니 아침 침대 정리는 나와 어울리지 않는 일처럼 어색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그날 저녁, 방에 들어갔을 때 깔끔하게 정리된 침대를 보는 순간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뭔가 ‘내가 나를 돌봤다’는 기분에 작지만 확실한 보상이었다. 그리고 다음날도 무의식 중에 다시 침대를 정리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침대 정리 하나로 바뀐 하루의 기분

    2. 침대를 정리하면 뇌가 깨어난다

     

    침대 정리는 단지 물리적인 정리행위가 아니라 정신적인 ‘시작의 선언’이었다. 뇌과학자들도 눈앞의 환경을 정돈하는 행위는 두뇌의 실행 기능을 활성화시킨다고 말하였다. 실제로 침대를 정리하고 나면 그 짧은 1~2분 동안 내 머릿속도 정돈되는 느낌이 들었다.

     

    이불을 펴고 베개를 곧게 놓는 단순한 행동이지만 그 순간만큼은 하나의 작은 과업을 완수한 기분이 들었다. 나는 여전히 일을 하지 않고 있었지만 그 작은 루틴 하나로 하루를 주도하는 느낌을 가질 수 있었다. 아침에 내가 나를 위해 처음으로 실천하는 일이 침대 정리였고 생각보다 훨씬 깊은 리듬 회복의 신호가 되었다.

     

    3. ‘보이지 않는 나’를 위한 행동, 그래서 더 중요하다

     

    침대 정리는 아무도 보지 않는다. SNS에 올릴 만한 콘텐츠도 아니고, 결과물이 티도 나지 않지만 그렇기에 더 나를 위한 행동이다. 우리는 종종 누군가의 눈에 띄기 위한 루틴을 보여주기 위한 성취를 좇는다. 하지만 침대 정리는 전혀 그렇지 않다.

     

    오직 ‘나만 알고 있는 나’에게 해주는 루틴이다. 그리고 그런 루틴이 쌓일수록 나 자신에 대한 신뢰감이 생긴다. “나는 오늘도 나를 챙겼다”는 조용한 만족감. 그게 침대 정리라는 사소한 행동이 주는 가장 큰 변화였다. 실제로 이 루틴을 2주 정도 실천해 보니 날마다 감정기복이 줄어들었고, 하루를 통제하고 있다는 느낌이 강해졌다.

     

    4. 아침에 침대를 정리하면 하루의 실패를 줄일 수 있다

     

    아침을 어떻게 시작하느냐는 하루 전체의 질을 결정한다. 나는 침대를 정리한 날과 그렇지 않은 날의 차이를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 정리된 침대는 의외로 많은 걸 막아준다. 다시 눕고 싶은 생각을 막아주고, 나태하게 하루를 시작하는 것을 방지해 준다.

     

    무엇보다 시각적으로 ‘질서’가 보이기 때문에 뇌도 질서 있는 생각과 행동을 유도하게 된다. 이처럼 작은 성공이 하루의 흐름을 만든다. 이불을 개고, 베개를 펴고, 방을 한 바퀴 둘러보며 “시작됐구나”를 느끼는 그 순간을 느끼며 나는 오늘 하루도 살아갈 준비가 되어 있었다. 하루가 실패하지 않으려면 그 시작은 아주 사소한 성공으로 채워져야 한다.

     

    5. 침대 정리는 단순한 습관이 아닌 ‘루틴의 기반’이다

     

    많은 루틴들이 침대 정리 하나를 기점으로 연결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침대를 정리하고 나면 물 한 컵을 마시고, 간단한 스트레칭으로 이어지고, 마음이 정돈되어 명상이나 일기로도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반대로 침대가 흐트러진 상태로 방치되면 다른 루틴들도 대충 하게 된다. 루틴은 고립되어 있지 않고 하나가 흐트러지면 전체가 무너지고, 하나가 정돈되면 나머지도 따라온다. 나에게 있어 침대 정리는 아침 루틴의 출발점이었고 그 작은 출발점 하나로 모든 루틴이 안정되었다. 침대를 정리하는 사람은 결국 ‘자신의 하루를 의식적으로 설계하는 사람’이다.

     

    결론

     

    침대를 정리하는 일은 누구에게나 할 수 있는 가장 단순한 루틴이지만 그 안에 담긴 변화는 결코 단순하지 않다. 나는 이 사소한 행동을 통해 하루를 다르게 시작했고 하루 전체가 더 단단해졌다. 복잡한 계획 없이도 아침에 이불을 개는 것만으로도 나는 내 삶의 중심을 다시 잡을 수 있었다

     

    이와 같이 침대 정리 하나로도 충분히 나를 회복시킬 수 있다. 이 작은 습관이 쌓이면 우리를 조금 더 단단하고 의식적인 하루를 살아갈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이 내가 찾은 가장 현실적인 루틴의 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