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론
퇴사라는 두 글자가 내 삶에 등장하고서 세상이 잠시 멈춘 것 같았다. 출근이라는 단어가 사라지니 하루가 길어졌고 오히려 더 복잡한 감정들이 밀려왔다.
“이제는 좀 쉬자”라고 다짐을 했지만 막상 아무것도 하지 않는 하루는 생각보다 어려웠다. 그중에서도 가장 낯설었던 순간은 퇴사 후 처음 맞이한 ‘알람 없는 아침’이었다. 자유로울 줄 알았던 시간이 왜 나를 무력하게 만들었을까? 그 질문에서부터 내 루틴 만들기가 시작됐다.1. 눈을 뜨는 순간, 시간이 멈춘 것 같았다
퇴사 후 처음 맞이한 아침. 전날 밤, 나는 일부러 알람을 맞추지 않았다.
회사에 다닐 때는 당연했던 알람 소리가 없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세상이 낯설게 느껴졌다. 눈을 떴을 때는 이미 오전 8시를 넘긴 시간이었고 햇살은 커튼 사이로 조용히 들어와 있었다. 문득 생각했다. ‘급히 출근 준비를 안 해도 되는구나, 늦잠을 잤다고 혼낼 사람도, 보고할 사람도 없구나.’ 이상하게도 자유로운 기분보다는 공허함이 먼저 밀려왔다.몇 년 동안 주말에도 긴장했던 몸과 마음은 갑작스러운 멈춤 앞에서 나는 낯선 공간에 떨어진 느낌을 받았다.
퇴사라는 선택이 분명 나의 의지였지만, 막상 그 결과를 온몸으로 맞닥뜨리는 건 생각보다 묘한 기분이었다.
“이제 진짜 내 하루를 내가 만들어야 하는구나.” 이 당연한 사실이 왠지 무겁게 느껴졌다.2. 여유는 있었지만 안도감은 없었다
거실로 나와 평소와 똑같은 커피를 내렸지만 맛은 전혀 다르게 느껴졌다. 예전엔 정신을 깨우기 위한 필수품처럼 마셨던 커피였다면, 오늘은 그냥 ‘뭔가를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아서’ 손에 쥐고 있는 느낌이었다. 자유시간이 많다는 사실이 어제까지는 좋았지만, 막상 아침이 되자 나는 그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몰랐다.
회사를 다니던 시절 하루는 내가 결정하지 않아도 굴러갔다. 기상 시간, 출근 시간, 회의, 점심시간, 퇴근, 집에 와서 씻고 자는 시간까지 마치 주어진 틀 안에서 움직이는 기계 같았지만 그래서 오히려 편한 부분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내가 무엇을 먼저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무엇을 해도 상관없는 하루를 맞이하니 오히려 더 어지럽고 불안했다.‘내가 왜 이렇게 조급할까?’ 스스로에게 물었지만 명확한 답은 나오지 않았다.
그저 무언가 하지 않으면 뒤처지는 것 같고 다른 사람들은 이미 아침부터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다는 생각에 나만 정지된 듯한 기분이 들었다. 여유로운 하루의 시작이 이렇게도 불편할 수 있다는 걸 그날 처음으로 체감했다.
3. 루틴 없는 하루는 생각보다 무섭다
퇴사 전에는 ‘하루 종일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삶’을 동경했고, 그 자유로움이 진짜 행복인 줄 알았다.
하지만 막상 그 하루를 실제로 겪어보니 '루틴 없는 삶은 방향을 잃은 배와 같다'는 사실을 절실히 느끼게 됐다. 시간이 많을수록, 해야 할 일이 없을수록 사람은 더 무기력해질 수 있다는 사실에 나는 노트북을 열었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유튜브를 틀까 생각했지만 뭘 검색해야 할지도 몰랐다. 누구에게 연락할까 고민하다가도 괜히 불편할까 봐 멈췄다.
그저 시간을 흘려보내며 커피를 마셨고 눈앞에 펼쳐진 거실 풍경만 멍하니 바라봤다. ‘오늘 하루를 어떻게 보내야 후회하지 않을까?’ 이 질문을 붙들고 몇 분을 허비했다.
그 시간은 짧았지만 묵직했고 나는 그때 비로소 진짜 시작이라는 것을 느꼈다. 퇴사는 끝이 아니라 처음부터 다시 설계해야 하는 인생의 리셋이었다.4. 작은 시작이 하루를 바꿨다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는 결심 대신 작게라도 오늘을 시작하자는 다짐을 했다. 그리하여 메모장을 열고 한 문장을 적었다. “오늘은 나를 관찰하는 하루.” 그 한 줄이 오늘의 나를 움직이게 했다. 갑자기 뭘 해야 할지 생각이 나지는 않았지만 ‘무언가 써보자, 정리해 보자’라는 작은 동기 하나가 조용했던 아침에 파동을 만들었다.
노트에 ‘기상시간, 기분, 날씨, 생각난 것들’ 이런 항목을 적기 시작했고 그걸 기록하는 시간을 가짐으로써 오늘 하루는 의미가 생겼다. 알람 없이 일어난 하루는 허무하게 시작됐지만 내가 스스로 만들어낸 루틴은 그 하루에 ‘존재감’을 불어넣었다.
퇴사 후의 삶도 결국은 내가 어떤 리듬을 만들고 유지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이 진리를 알게 된 아침 이후 그날부터 매일 아침, 메모장에 한 줄을 쓰는 습관이 지금의 나를 조금씩 다시 일으켜 세우고 있다.결론
퇴사 후 처음 맞이한 알람 소리 없는 아침의 여유는 생각보다 달콤하지 않았다. 루틴이 사라진 하루는 무기력했고 시간은 내 편이 아니었다. 그러나 그 속에서 작고 의미 있는 변화를 찾아낸 기록은 '오늘을 나답게 만드는 루틴'이였고 그로 인해 스스로를 다시 세우는 데 필요한 건 거창한 계획이 아니라 작은 실행이었다.
'루틴으로 건강 관리하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휴대폰을 보지 않고 시작한 하루, 충격적인 차이 (0) 2025.04.12 아침 햇살 맞으며 30분 산책 – 마음이 정돈된다 (0) 2025.04.12 기상 직후 명상 5분, 나에게 생긴 정신적 효과 (0) 2025.04.12 눈뜨자마자 물 한잔 – 생각보다 큰 변화 (0) 2025.04.11 아침 6시에 일어나는 습관, 2주 만에 가능할까? (0) 2025.04.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