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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론
퇴사 후 나의 하루는 무질서하게 흘러갔다. 해야 할 일도 없고 급하게 정해진 스케줄도 없다 보니 시간은 많지만 방향은 없었다. 그런 흐릿한 일상 속에서 내가 처음으로 실천해 본 루틴은 ‘아침 햇살 맞으며 30분 산책하기’였다.
누군가는 이게 뭐 그리 대단한 루틴이냐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나에게 이 30분은 단순한 운동 시간이 아니라 하루의 리듬을 바로잡아주는 ‘정신적 정리 시간’이 되었다. 햇살을 맞으며 걷는 행위 자체가 무너져 있던 감정을 정리해 주고 방향 없이 떠돌던 생각을 다시 나에게로 모아주는 느낌이었다. 몸을 움직이기 시작하니 마음도 함께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렇게 내 하루는 아주 천천히 다시 정돈되고 있는 느낌이었다.
1. 막연했던 첫 산책, 의미 없는 걷기에서 시작된 변화
처음으로 아침 산책을 시작한 날은 목적이 없었다. 다만 방 안에만 있으니 더 답답해지는 것 같았고 햇빛을 쬐며 바깥 공기라도 마시자는 생각으로 무작정 밖으로 나왔다. 몸은 아직 잠에서 덜 깬 상태이다 보니 걷는 내내 머릿속은 복잡했다. ‘이걸 매일 해야 하나?’, ‘이 시간이 무슨 의미가 있지?’라는 생각만 계속 떠올랐고, 솔직히 귀찮고 피곤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동네 골목을 천천히 걷다 보니 마음이 조금씩 내려앉는 느낌이 들었다. 조용한 거리, 사람이 붐비지 않는 공원길, 건물 틈 사이로 스며드는 햇빛. 이 모든 요소들이 나를 자극하기보다는 안정시키고 있다는 사실을 그제야 조금씩 알아차리기 시작했다. 가끔은 머릿속 생각보다 몸이 먼저 반응하는 경우가 있고 그때야 비로소 ‘걷는다는 것’의 치유력을 실감하게 된다.
2. 햇빛과 리듬이 만든 하루의 기준점
산책을 아침에 하기로 한 이유는 ‘햇살’ 때문이었다. 햇빛은 생체리듬을 조절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었고, 실제로 아침 햇살을 얼굴에 받으며 걸으면 몸이 ‘이제 하루를 시작할 시간이야’라고 인식하는 느낌이 들었다. 걷기와 햇살의 조합은 단순한 움직임을 넘어 하루의 기준점을 만들어줬다.
평소보다 이른 시간에 바깥으로 나가는 것만으로도 나는 ‘오늘 무언가를 해냈다’는 감각을 가질 수 있었고 이러한 작은 성취감이 하루 전체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특히 햇빛을 맞으며 걸을 때 느끼는 따뜻함과 밝음은 정신적으로도 큰 위안을 주었다. 무기력한 아침을 지나 걷기 시작하면 의식하지 않아도 숨이 깊어지고 시야가 넓어진다. 이 감각이 반복되니 ‘30분 산책’은 어느새 아침 루틴의 필수 코스인 동시에 하루를 어떻게든 ‘살아보자’는 의지를 만들어주는 출발점이 되었다.
3. 산책이 만든 심리적 거리두기, 생각이 정리되다
산책을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생각들이 정리되기 시작한다. 방 안에서 똑같은 자세로 스마트폰만 보며 생각할 때는 머릿속이 오히려 더 복잡하고 꼬여만 갔다. 하지만 걷는 동안 떠오르는 생각은 이상하게 더 간결하고 명확하다. 몸이 움직이면 생각도 움직이고 자연스럽게 ‘어떤 걸 먼저 해야 할지’, ‘지금 내가 놓치고 있는 건 뭔지’를 정리할 수 있게 된다.
이건 단순히 걸었기 때문이 아니라 걷는 동안 ‘감정과 거리두기’를 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내가 퇴사 이후 반복하던 자책, 불안, 초조함은 하루 종일 방안에 있을 때 더 커졌다. 하지만 햇살 아래서 걷고 있을 때만큼은 그 감정들에서 멀어질 수 있었다. 어떤 날은 걷다 눈물이 날 뻔했는데 그 이유도 모르겠지만 한편으로는 정화되는 느낌이었다. 산책은 몸의 움직임이면서 동시에 마음의 순환이었고, 나에게 꼭 필요한 정리 시간이었다.
결론 - 걷는다는 건 오늘의 나를 인정하는 일
‘운동을 시작하세요’, ‘아침 루틴을 만들어보세요’라는 말은 주변에서 정말 흔하게 들을 수 있다. 하지만 정작 그런 조언이 실천으로 이어지기는 어렵다. 나도 한때 그랬다. 하지만 아침 산책이라는 아주 단순한 루틴은 생각보다 실천하기 쉬웠고, 그 안에서 얻는 정신적인 효과는 예상보다 컸다. 규칙적인 산책을 통해 나는 하루에 단 한 번이라도 ‘나 자신을 챙기는 시간’을 만들 수 있었고, 그 시간이 쌓이면서 점점 마음이 정돈되는 걸 느꼈다.
걷는다고 인생이 바뀌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지금 이 순간 내가 나를 돌보고 있다는 감각은 분명 나를 다시 삶의 흐름으로 데려다 놓았다. 아침 햇살 아래 걸으며 나는 ‘내가 오늘도 살아가고 있다’는 감정을 매일 확인할 수 있다. 그것만으로도 산책은 충분히 가치 있는 루틴이며 지금도 나는 그 30분을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 앞으로 어떤 일이 생기더라도 아침 햇살과 함께 걷는 이 습관만큼은 내 삶의 기준점으로 지켜나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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